A. 율리아 나발나야: 민주적 저항의 상징

율리아 나발나야는 2024년 2월 남편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이후 ‘러시아 반정부 운동의 퍼스트레이디’에서 사실상의 지도자로 극적인 변신을 이루었다. 그녀는 남편의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대중적 서약을 통해 러시아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남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뮌헨 안보회의 연단에 선 그녀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온라인 영상을 통해 “자유 러시아를 건설하고 싶다”며 남편의 정치적 과업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나발나야의 후보 자격은 구체적인 평화 협정이나 조약 중재보다는 민주적 가치를 위한 투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이는 안드레이 사하로프, 레흐 바웬사, 나르게스 모하마디 등 권위주의에 맞선 저항의 상징들에게 상을 수여해 온 노벨위원회의 오랜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 노벨 평화상은 종종 평화의 전제 조건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자체를 높이 평가해왔다. 따라서 나발나야의 강점은 바로 이 상징성에 있으며, 이는 그녀를 매우 고전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강력한 후보로 만든다.

B. 도널드 트럼프: 파괴적 외교의 승부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후보 지명은 극심한 찬반 논란을 동반한다. 그의 수상 자격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는 역사적인 ‘아브라함 협정’과 최근의 ‘가자지구 휴전 중재’라는 두 가지 굵직한 외교적 성과다. 반면, 그의 일방주의적 접근 방식과 전례 없는 공개적인 수상 로비는 노벨상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후보 자격은 근본적인 역설을 안고 있다. 그의 대표적 성과인 아브라함 협정은 노벨상이 전통적으로 기념해 온 다자주의와 합의 기반 외교를 거부함으로써 달성되었다. 이는 노벨위원회에 ‘과정이 아닌 결과가 더 중요한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의 세계보건기구(WHO) 및 파리 기후 협약 탈퇴, 기후 변화에 대한 회의적 태도 등은 “국가 간의 우호”라는 노벨상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C.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전시 대통령의 역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략에 맞선 국가적 저항의 세계적 상징으로 칭송받지만, 전쟁을 지휘하는 최고사령관이라는 그의 지위는 평화상 수상에 있어 심대한 철학적 딜레마를 제기한다. 지지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그의 리더십이 국가 주권과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행위 그 자체로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명분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군사 분쟁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는 지도자에게 ‘평화’ 상을 수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노벨위원회는 ‘평화’가 단순히 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불법적 침략 전쟁에 대한 저항 행위까지 포함하는지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젤렌스키의 수상이 평화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급진적인 선례가 될 것이다.

A. 수단 긴급대응실(ERRs): 인도주의의 새로운 모델

일부 예측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수단 긴급대응실(ERRs)은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증거다. 이들은 2019년 수단 혁명을 이끌었던 ‘지역 저항위원회’에서 발전한 풀뿌리 시민 주도 네트워크로, 현재 전쟁으로 폐허가 된 수단에서 인도주의적 대응의 “척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방식은 ‘탈식민화된 원조’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B. 국제사법재판소(ICJ): 무법 시대에 법치를 세우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최근 국제 분쟁의 핵심 중재자로서 위상이 급부상했으며, 특히 2025년 7월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인 권고적 의견을 발표하며 강력한 노벨상 후보로 떠올랐다. ICJ의 판결이 혁명적인 이유는 기후 변화를 환경이나 경제 문제를 넘어 국제법, 인권, 국가 책임의 근본적인 문제로 법적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법적 구조를 세우는 ‘예방적 평화 구축’ 행위로 볼 수 있다.

C. 국경없는의사회(MSF): 공평한 원조의 꺼지지 않는 등불

매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분쟁 지역에서 공평한 의료 지원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상징한다. 특히 최근 가자지구와 수단에서의 목숨을 건 활동은 이들의 변치 않는 중요성과 도덕적 권위를 증명한다. MSF에 대한 수상은 평화가 실패했을 때 인간의 고통을 완화하는 순수한 인도주의의 영원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